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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 러브스토리 - 이날치, 파란만장

책 리뷰

by 채널나인 2023. 2. 1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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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치'라고 하면 '범 내려 온다'의 이날치 밴드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으실텐데요, 저 역시 이날치가 실존인물이란걸 몰랐었네요.

조선 후기 8명창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경숙(1820~1892)의 별명이 바로 이날치라고 합니다.

전남 담양의 집강 유한기의 머슴으로 태어났고, 십대 후반에 유씨 집안의 가세가 기울며 신분에서 해방, 경기지역의 광대패에 들어가 줄꾼이 되었으며, 줄을 타는 폼이 날래서 이날치라는 예명을 얻었고 서른이 다 되어서야 소리꾼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판소리 <적벽가>의 <새타령>에 독보적이었다 전해집니다.

이처럼 파란만장한 그의 일생을 소설로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 바로 <이날치, 파란만장>입니다.

장다혜 작가는 프랑스와 영국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20대 초반엔 작사가, 30대엔 에세이스트, 40대에 장편소설 <탄금>으로 소설가가 되었는데요, 작가 역시 다양한 인생을 살고 있어서 이날치의 삶에 깊이 공감을 할 수 있었던게 아닌가 합니다.

기록이 별로 남아있지 않기에 작가의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풍성하게 담아낼 수 있었는데요, 그래서 오히려 더 친숙하게 다가오는 느낌입니다.

작가는 현재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고 20년이 넘도록 해외생활을 하고 있지만 한국역사와 전통에 깊은 관심이 있어서 작품 가득 순우리말과 방언들로 가득해 글 읽는 맛이 느껴집니다.

특히 중간중간 주인공들의 심정을 대변해주는 판소리 대목은 그 재미를 더해주네요.

이날치와 더불어 이야기에 활력을 더해주는 매력적인 인물로 맹인 곡비(남의 상가집에서 대신 곡을 해주는 노비)인 '백연'과 공주와 원치않는 결혼을 했다가 사별해 미망인으로 살게 된 '의빈 채상록'이 있습니다.

이 세 인물이 만들어가는 사랑과 질투, 욕망 등 격정적인 감정들이 휘몰아치고 여기에 이날치가 복수를 꿈꾸는 소리꾼 '구용천'이 있습니다.

조선시대 신분제를 통해 바라본 광대의 '모순'을 말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놀이판에서는 화려함과 극찬을 동시에 받지만 일상에선 신분의 미천함 탓에 천대를 받기에 그들의 빛과 그림자를 확연히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날치가 부르는 판소리가 더더욱 구슬프게 들렸나봅니다.

이 책에서 또 재미있는 부분은 각 장이 일년 열두달 대표적인 절기(정월 대보름, 오월 단오, 팔월 추석 등)로 되어있고, 각 소제목들이 전통놀이(널뛰기, 엿치기, 깃대 쓰러뜨리기 등)를 활용해 지어졌다는 점입니다.

일년간 이어지는 주인공들의 서사와 함께 그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적절한 소제목들이 글을 읽는 재미를 한층 더해주었습니다.

백연과 이날치의 애절한 사랑은 가슴아픈 먹먹함으로 끝을 맺지만 그럼에도 새드엔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모진 풍파를 다 겪고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자신만의 세상을 살아가는 이날치를 통해 매순간 살아가는 날들이 각각의 의미를 갖는다는 걸 느낄 수 있었네요.

이날치의 인생여정을 그린 소설이지만 아름답고 애절한 사랑이야기인 <이날치, 파란만장>이었습니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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