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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노래하는 마음 - 별의 지도 (이어령 with 윤동주 서시)

책 리뷰

by 채널나인 2023. 2. 12.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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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선생님의 1주기가 다가오네요.

하지만 선생님의 유작인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전4권)와 새롭게 시작되는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전6권)가 계속 나와서 아직 우리 곁에 계신듯 느껴집니다.

총 10권으로 기획된 그의 유작은 마지막 지성을 갈아넣은 듯 인문학, 과학, 철학 등 모든 방면의 이야기들을 한데 묶어 자신만의 목소리로 풀어냅니다.

가히 그를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부를만 합니다.

이번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시리즈의 서문을 여는 이야기는 바로 '별'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으로 먼저 하늘을 올려다보고 꿈과 이상을 말하는 별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별의 지도>로 윤동주의 <서시>를 꺼내듭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서시> 전문

 

흔히들 윤동주는 일제시대 저항시인으로만 알고 있는데, 그 프레임을 걷어내고 보면 얼마나 아름다운 시인지 보인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 시에 나오는 하늘과 별에 대해,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넘나들며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동양은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올바른 삶이라고 여겨 천(天), 지(地), 인(人)이 어우러지는 잠재사상을 중시했습니다.

반면 서양은 플라톤이 가리키는 하늘과 아리스토텔레스가 가리키는 땅이 서로 대립하는 이원론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윤동주는 <서시>에서 가족주의와 국가주의, 공자의 인간주의, 노자의 무위자연에까지 이르는 수준까지 올라가 하늘까지 올라가 있습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하늘을 우러러 보고 있는 거죠.

돈키호테는 '오직 믿음을 갖고, 별에 닿기 위해' 길을 떠납니다.

<불가능한 꿈>이라고 생각하지만 '저 별을 향하여' 가는 꿈을 꿉니다.

우리는 어떻게 그 별에 가 닿을 수 있을까요?

이어령 선생님은 그 해답을 이렇게 말합니다.

'가슴에 별을 품는 모두가 시인입니다'

그리고 '별을 노래하는 마음을 가지고, 풀잎의 괴로움을 가지고, 죽는 날까지 부끄러움이 없이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그래서 서로 눈과 눈을 마주치면서 별을 보고 하늘을 보는 여러분이 시인'이라고 말이죠.

시인이 가지고 있는 상상력의 날개로 우리는 별에 닿을 수 있습니다.

인류가 품었던 하늘과 별의 비밀, 그리고 그 무한한 상상력을 이토록 문학적으로, 서정적으로 풀어내다니.

정말 한 편의 서사시네요.

늘 일에 쫓겨 고개를 숙이고 땅만 바라보는 현대인들에게 하늘을 올려다보게 만드는 이야기였습니다.

오늘 밤은 하늘과 별을 바라보며 시 한편을 음미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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