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에는 역시 더위도 싹 잊게 해주는 오싹한 스릴러죠.
평소에도 스릴러를 좋아하지만 여름밤에 읽는 스릴러는 더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소설 <크림슨 레이크 로드>는 '라스베이거스 연쇄 살인의 비밀'의 <킬러스 와이프>에 이은 두번째 시리즈 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검사 '제시카 야들리'가 킬러의 와이프로 나옵니다.
저도 전작은 안 읽어봐서 이번 작품에서 나온 대화로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 유추해 볼 수 있었네요.
작가인 빅터 메토스는 유타 대학 로스쿨을 졸업한 뒤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검사로 맹활약을 했으며 이후 유타주 최고의 형사소송 전문기관으로 성장한 로펌을 창업했습니다.
메토스는 10년 동안 100건이 넘는 재판을 담당했고, 이 후 법정스릴러와 미스터리에 초점을 둔 작품을 써오고 있습니다.
그의 검사로서의 이력 때문인지 아주 탄탄한 법정 스릴러가 탄생하게 되었네요.
단순히 연쇄살인마를 잡기위해 수사를 진행하는 FBI와 검사의 추적 스릴러로만 생각했는데 의외로 짜임새있는 법정 씬이 펼쳐져서 재미가 배가 되었습니다.
미국의 배심원 제도와 법의 맹점들을 잘 활용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주장을 펼치는 수싸움이 정말 재미있네요.
거기에 그림속에 숨어있는 살인자의 심리를 파악하여 살인자를 찾아내는 이야기까지.
왜 그의 작품들이 인기있는지 알 것 같습니다.
(2019 에드거 상 최종 후보, 2020 하퍼 리 상 수상)
라스베이거스의 버려진 외곽 동네인 크림슨 레이크 로드에서 첫번째 피해자인 캐시 파르가 살해된 채 발견됩니다.
이어 두번째로 안젤라 리버도 살해될 뻔 하지만 다행히 살아납니다.
검사라는 직업에 회의를 느껴 사직서를 낸 제시카 야들리와 FBI 특별 요원 케이슨 볼드윈은 이 살인이 사프롱이라는 작가의 '밤의 사물들'이라는 소름 끼치는 연작 그림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아직 두번의 살인이 더 남았다는 것을 의미하죠.
야들리는 두번째 피해자인 리버와 친밀한 관계를 쌓아가며 범인을 추적하는데요,
이번엔 캐시 파르의 딸인 하모니의 실종사건이 발생합니다.
피해자들의 주변인물들에서 하나 둘 밝혀지는 엄청난 비밀들.
누가 범인인지 밝혀낼 수 있을까요?
범죄자를 뒤쫓는 야들리와 볼드윈의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야들리의 딸인 타라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천재적인 머리를 가지고 어둠의 경로를 통해 아버지인 에디 칼의 그림을 판매하는 대범한 일을 벌이는데요,
그녀의 변장술과 간 큰 협상능력은 심장이 쫄깃해지네요.
우리나라의 법정과 다르게 배심원 제도가 있는 미국 재판 과정을 지켜 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배심원 선정 절차부터 자신들에게 유리한 배심원들을 어떻게 걸러 내는지,
검사와 변호사가 증거를 다루는 방법, 어떻게 합의를 이끌어 내는지 등 우리가 알지 못하던 법정의 이면들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법정에서 사법제도에 대한 논쟁을 하던 중 변호인측에서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래, 우리 사법제도가 무너진 때가 언제인지 내가 말해줄게.
그건 배심원단이 합리적인 의심을 넘어선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고려조차 하지 않았을 때, 증거가 모순된다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을 때, 동기가 무엇인지 묻지 않았을 때, 그리고 무고한 사람을 믿지 않았을 때란다.
사법제도는 그날 무너진 것이고, 그래서 한 사람이 목숨을 빼앗긴 것인데 그것을 검찰이 배심원단에게 그렇게 하라고 했기 때문이야."
사법제도에 대해 여러가지를 생각해 보는 대사였습니다.
과연 우리는 사법 정의를 제대로 실현하고 있는지, 법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폭력을 행사하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하나 하나 밝혀지는 등장인물들의 서사와 반전을 거듭하는 사건들이 눈을 뗄 수 없게 됩니다.
470페이지의 두툼한 책이 순식간에 넘어가는 그야말로 '페이지 터너'로 몰입감이 상당하네요.
영화로 제작되어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3권도 나온다고 하던데 얼른 내주세요 ^^
올 여름 무더위를 싹 잊게 할 시원한 스릴러로 추천해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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