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표지부터 봄의 상큼함이 느껴지는 <어서 와 송사리 하우스> 입니다.
이 층 단독주택, 빨간 지붕의 큰 집, 통칭 '송사리 하우스'에서 같이 사는 4명의 청춘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입니다.
일본판 '청춘시대'라고 할 만큼 청춘들의 고민들을 유쾌하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네요.
연애운이 없지만 연애를 갈망하는 직장인 하루카
좀 더 유명해지고 싶어 노출을 고민하는 배우 나치
일과 결혼 사이에서 망설이는 커리어우먼 가에데
아픈 가족사에 힘들어하는 집주인 유즈
이들은 서로 다른 배경과 고민을 안고 있지만, 같은 공간에서, 같은 햇살 아래서, 서툰 마음을 부딪쳐 가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사랑, 일, 꿈, 인간관계라는 '청춘 사중주'는 이 소설을 한 편의 다정한 시트콤처럼 만듭니다.
기타하라 리에는 아이돌 그룹 AKB48의 제5기생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작가입니다.
사실 이 책을 읽을 때까지만해도 그 사실을 몰랐는데요, 몰라도 작품을 즐기는데는 관계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덕분에 작품의 힘이 더 크게 느껴졌달까요?
이야기의 흐름은 잔잔하고도 유쾌하지만 마음을 울리는 순간들이 군데군데 숨어 있습니다.
특히 등장인물의 감정선이 굉장히 섬세하게 그려져 있어, “이 작가는 감정을 잘 아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아이돌 시절 풍부한 룸 셰어 경험을 살려 이 작품을 집필했다는데요, 역시 무대 위에서 수많은 감정을 경험한 사람이라 그런지 작품에서 그 감정이 풍성하게 느껴지네요.
소설 속 등장인물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역시 배우 지망생 나치였습니다.
겉보기엔 당차고 씩씩한데, 속으로는 ‘내가 과연 이 길을 계속 가도 되는 걸까?’ 하는 불안이 가득합니다.
오디션에 떨어지고, 주변의 시선에 휘둘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어쩐지 ‘작가 본인의 이야기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실제로 기타하라 리에 역시 배우로 전향한 후 수많은 좌절과 도전을 경험했을 테지요.
그래서일까요, 나치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진심이 묻어나고, 덕분에 독자도 그 감정에 함께 젖어들게 됩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계속 나아가는 것’ 그게 어쩌면 청춘의 정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송사리 하우스는 1년 후 재개발로 사라질 예정입니다.
처음부터 끝이 정해진 이 공간 속에서, 네 사람은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기대고, 함께 성장합니다.
마치 그 집 자체가 ‘청춘’이라는 시간의 은유처럼 느껴지더군요.
언젠간 끝날 것을 알지만, 지금 이 순간은 분명히 살아 있다는 것.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난 네사람이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성장한 것을 확인하는 마지막은 반짝반짝 빛나는 청춘들에 대한 작가의 응원인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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