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바지루의 <당신만이 알고 있다>는 다섯 편의 단편이 모인 작품집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 단순한 단편 모음집이 아닙니다.
마치 따로 또 같이 움직이는 러시아 인형처럼, 독립된 듯 보이는 이야기들이 어느 순간 ‘찰칵’하고 맞물리는 쾌감을 선사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만담 대회의 우승을 노리는 고등학생 만담 콤비가 잠깐 등장합니다.
그런데 그 콤비, 다음 이야기에서는 아예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그 중 한 명의 여자친구는 세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변신합니다.
그리고 이런 연결은 계속됩니다.
마치 작가가 “이쯤에서 슬슬 눈치채셨죠?”라고 윙크라도 하는 듯, 이야기 곳곳에 숨겨놓은 실마리들이 점점 퍼즐처럼 맞춰집니다.
읽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다음 연결 고리를 찾는 재미에 빠져들게 되지요.
| 장르를 넘나드는 종합선물세트
보통 이런식의 연작소설은 뭐 그리 특별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모리 바지루는 무려 다섯 개 장르를 넘나들며 우리를 데려갑니다.
추리소설로 시작해서 청춘소설, SF, 판타지, 그리고 연애소설까지 장르 전시회를 보는 듯한 기분입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이 장르들이 결코 따로 노는 게 아니라, 하나의 세계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입니다.
판타지 속 인물의 과거가 청춘소설의 배경이 되고, 연애소설의 끝자락에서 SF 세계의 단서가 드러나는 식이죠.
그렇다고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그저 연결로서의 의미만 갖는 건 아니고, 각 장르에 맞는 완결성을 갖고 있습니다.
각 장르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면서도 하나의 세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이건 단순한 장르 혼합이 아니라 ‘서사의 종합예술’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표지 얘기를 안할 수 없네요.
각각의 이야기를 잘 드러낸 5개의 이미지는 그 속에 펼쳐질 이야기들을 기대하게 만들어 주네요.
그리고 각 챕터별로 눈에 띄게 표시를 해 둔 것도 좋았습니다.
| 숨은 떡밥 찾기 – 독자의 추리력도 시험대에!
<당신만이 알고 있다>의 또 다른 묘미는 ‘떡밥 찾기’입니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넘겼던 문장 하나, 이름 하나, 장면 하나가 마지막 이야기에서 “헉!” 소리를 유발하는 연결점이 됩니다.
예를 들어 초반에 지나가듯 언급되었던 어떤 물건이, 나중에는 세계의 운명을 바꾸는 열쇠가 되기도 하고요.
인물의 무심한 한마디가 몇 편 뒤에는 진실을 밝히는 단서가 되기도 하지요.
독자는 작가가 쳐놓은 그물망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어쩌면 기꺼이 그 속에 빠져들게 됩니다.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느껴지는 쾌감은 단순히 이야기의 끝이 아니라, 여러 겹의 이야기 실타래가 단단히 묶이는 순간의 감동입니다.
“아, 이 모든 게 연결되어 있었구나!”라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죠.
| 당신만을 위한 이야기, <당신만이 알고 있다>
이 작품을 읽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알고 있는 건 정말 다 알고 있는 걸까?”
이야기 하나하나가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마치 ‘문학의 인셉션’ 같습니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동시에, 연결과 반전이라는 문학적 퍼즐을 정교하게 맞춰낸 작가의 솜씨는 정말 감탄을 자아냅니다.
읽는 재미, 추리하는 재미, 그리고 마지막에 모두 연결되는 그 짜릿한 감정까지.
<당신만이 알고 있다>는 단순한 소설집이 아닙니다.
독자에게 직접 조립해보는 이야기 세계를 선물하는 일종의 서사 체험입니다.
이야기의 매력에 빠지고 싶으신 분들, 다양한 장르를 한꺼번에 즐기고 싶은 분들, 그리고 퍼즐 맞추기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강력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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