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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을 기획하라 - 지역을 살리는 새로운 시선

책 리뷰

by 채널나인 2025. 4. 2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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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역 출신입니다. 지금은 수도권에 살고 있지만요.

모든 문화와 경제가 서울에만 쏠려 있어서 좋기도 하지만 고향을 생각하면 아쉬운점도 많습니다.

분명 각각의 지역마다 특색있는 문화들이 많은데 그것들을 잘 살리지 못하는 기획들을 보면 안타깝기도 합니다.

평소 로컬 축제나 지역문화에 관심이 많은 이유가 그것이죠.

그러던 차에 <로컬을 기획하라>는 책을 만났습니다.

'지역을 살리는 기적 같은 변화의 시작'이라는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 첫인상: 로컬 기획의 안내서, 너무 얌전하게

<로컬을 기획하라>는 제목만 들으면 뭔가 생생한 지역의 현장, 축제의 함성, 기획자들의 땀과 눈물이 가득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 책을 펼치면 그 기대는 살짝 방향을 틉니다.

마치 대학교 교양 수업의 PPT를 책으로 엮은 듯한 느낌이에요.

깔끔하고 요약이 잘 되어 있어서, ‘로컬 기획이 뭘까?’ 궁금했던 분들에겐 아주 친절한 입문서입니다.

저자 노동형 작가는 로컬이라는 주제를 ‘개념-사례-정리’라는 구조로 간결하게 풀어냅니다.

복잡한 이론은 없고, 어렵거나 무거운 이야기도 없습니다.

그래서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부담 없이 읽히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깊이 있는 독서를 기대한 독자에게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 사례는 많지만, 아쉽게도 겉핥기

책의 표지에는 다양한 지역의 사례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전국 방방곡곡의 로컬 프로젝트, 브랜드, 공간 사례들이 소개돼 있긴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소개’에만 그친다는 점이죠.

“이런 프로젝트가 있어요, 저런 공간도 있었답니다” 하고는 쓱 넘어갑니다.

프로젝트가 어떻게 시작됐고, 누구의 아이디어였고,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그런 이야기의 맥락과 깊이는 거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 결과, 사례들은 줄줄이 스쳐가는 슬라이드처럼 느껴집니다.

‘아, 이런 게 있구나’까진 알겠는데, ‘그래서 이게 왜 중요한 건데?’라는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아요.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로컬 축제에 대한 다룸입니다.

지역성과 커뮤니티, 주민 참여가 농축된 로컬 축제야말로 기획의 백미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 책에서 축제는 단 한두 줄의 언급으로 끝나버립니다.

마치 전국 일주를 하면서 고속도로 휴게소만 들른 기분이에요.

저자가 각 지역 축제 현장을 직접 찾아가서 사람들과 대화하고, 기획 과정을 취재해서 담았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로컬 기획 바이블’이라 불릴 만한 책이 됐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의 <로컬을 기획하라>는 단순히 이름만 훑고 넘어가는 수준이라, 로컬 기획의 온기와 맥락이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로컬 기획’이라는 낯선 개념에 입문하려는 이들에게 유용한 나침반이 됩니다.

지역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키워드로 접근하면 좋은지에 대한 감은 잡을 수 있죠.

딱 로컬 기획 초보자가 “이 길이 내 길인지” 알아보기 좋은 로드맵 같은 책입니다.

그러니 이 책을 읽고 더 궁금해진 분들은, 다음 단계로 지역 주민의 목소리가 담긴 기록물, 혹은 기획자 인터뷰집 같은 책들을 찾아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로컬을 기획하라>는 입구일 뿐, 로컬의 세계는 훨씬 넓고 깊으니까요.

| 덧붙여

비교가 실례일 수도 있지만, 비즈니스적인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사업체나 가게를 소개하는 시티호퍼스의 <퇴사준비생의 OO> 시리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시리즈는 실제 브랜드가 탄생하게 된 배경, 창업자의 고민, 공간에 담긴 철학까지 깊고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 뿐만아니라 그 지역의 특성과 문화까지 파고들어가는 깊이 있는 취재를 바탕으로 합니다.

읽는 이로 하여금 "나도 이 가게 가보고 싶다", "이런 브랜드 만들고 싶다"는 욕망을 자연스럽게 자극하죠.

반면, <로컬을 기획하라>는 그런 디테일과 감정선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었지만 장소의 냄새도, 사람들의 표정도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아쉬움입니다.

그냥 딱 교과서를 읽는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만약 노동형 작가님이 다음 책에서는 각 지역의 현장을 직접 누비며 기획자들과 찐하게 인터뷰하고, 축제 뒤편의 고군분투까지 담아낸다면 정말 멋진 ‘로컬 기획 실전편’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아울러 도시 재생과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최유진 교수의 <도시, 다시 살다>도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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