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 언론고시를 준비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모 방송국의 시험을 보러 갔었는데 그때 논술 주제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였습니다.
디자인을 단순히 미술의 영역으로만 보고 있는지 기획과 설계를 통해 실용적인 제품을 생산해 내기까지 일련의 프로세스로 생각하는지를 알아보는 질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디자인은 미술 보다는 예술적인 공학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필요를 파악하고 보다 편리하게 보다 아름답게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나 환경을 만드는 것이 디자인의 역할이죠.
일본의 크리에이티브 유닛 & 디자인 하우스인 TENT는 이런 디자인의 정신과 잘 어울리는 회사입니다.
하루타 마사유키와 아오키 료사쿠가 결성한 회사로 제품 기획부터 브랜딩까지 전체 과정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저도 이 책을 통해 TENT를 알게 되었는데요 상당히 독특하면서도 참신한 브랜드인 것 같아서 맘에 쏙 들었습니다.
이 회사를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도 어려울 것 같은데요, 프로덕트 디자이너지만 광고 캠페인 기획이나 교육용 그림책 기획은 물론 NHK 방송의 아이템도 기획하는 정말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회사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들의 독특함은 책의 구성에서도 나타납니다.
제품 소개서인것 같기도 하고 기획을 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에세이 형식을 띠다가도 강의안이나 인터뷰, 또는 대담 형식으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TENT만의 독창적인 사고를 보는 것 같아서 참신하고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TENT가 만든 제품들을 보면 뭔가 크게 획기적인 건 없지만 소소하게 변화를 주거나 단순화 시키거나 새롭게 정의를 내리는 물건들이 많은 것 같더라구요.
책에 나오는 원칙들, '번뜩 떠올리자', '만들자', '의심하자', '뛰쳐나오자'는 우리가 디자인이나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해야 할지 생각케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작품' 말고 '시제품'을 만들자는 원칙은 아이디어를 확실히 발전시킬 수 있는 제1의 원리인 것 같았습니다.
시제품을 수없이 만들고 사용하고 다시 고치고 업그레이드를 하는 과정 가운데 아이디어가 발전하고 제품이 완성되는 경험은 그 어떤 창의성의 원리보다 강력한 무기가 되는 것 같네요.
얇은 책이지만 그 속에 들어있는 내용은 결코 얕지 않네요.
기획이나 디자인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 읽어 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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