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재미와는 별개로 참 읽기 힘든 작품이었습니다.
정말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네요.
아동 유괴도 모자라 폭행에 성폭행, 살인까지...
부모의 입장에서 감정이입이 되어 꼭 진범을 잡아서 법의 심판을 받게 하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아이들에게 저런 극악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을까요?
소설이라 다행이었지만 실제로 현실에선 저런 일들이 벌어질지도 몰라 마냥 안심할 수도 없더라구요.
영화 [재심]을 통해 익히 알려진 '익산 약촌 오거리 택시기사 피살사건'이나 [소년들]의 '삼례나라슈퍼 강도 살인사건' 등은 억울한 누명을 쓴 피해자들이 무죄를 선고받은 재심 청구 소송의 대표적인 사건입니다.
삼례 3인조 강도는 17년 만에 누명을 벗었고, 재판부는 '피고인과 그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는 사과를 받았다고 하죠.
부실한 초동수사와 들끓는 여론 때문에 빨리 범인을 잡아내야만 하는 경찰의 조급함이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허위자백을 받아내는 등 전혀 다른 마무리를 짓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기 마련이죠.
이 소설도 30년 전 발생한 '기타미노베군 여아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을 밝히고자 고군분투하는 전직 형사와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당시 범인으로 지목됐던 용의자 두 명은 사형 판결을 받고 복역중이었는데 그 중 한 명이 구치소에서 병사했다는 기사를 접하게 됩니다.
이를 계기로 은퇴한 형사 호시노 세이지는 마음속에 품었던 당시 사건에 대한 의구심을 하나하나 조사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30년 전과는 다르게 그에게는 인터넷이라는 무기가 있습니다.
바로 손자인 아사히와 그의 친구 데쓰, 그리고 판매부수 전국 2위를 자랑하는 '니치에이신보'의 오노데라 기자로 구성된 '팀 호시노'인데요, 동영상과 SNS, 그리고 언론을 활용한 실시간 수사 업데이트는 여론 조성에 크게 한 몫하고 결국 범인을 잡는데까지 이르게 됩니다.
여론을 인식한 탓일까요, '호랑이'라는 진범으로부터 도전의 메시지가 도착하고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됩니다.
과연 진범은 누구일지 왜 이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팀 호시노의 활약상이 펼쳐집니다.
이 소설이 재미있는 점은 30년 전 일어났던 사건을 현재의 시점에서 차근차근 추적하여 결국 범인을 밝혀내는 과정을 속도감있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더군다나 인터넷이라는 또 다른 조력자들의 힘을 적절히 잘 활용한 점이 현실적이었구요,
범인의 흔들리는 심리묘사와 비밀을 감추고 있는 캐릭터들의 내면들을 긴장감있게 잘 표현해 내고 있어서 끝까지 몰입할 수 있었던게 좋았던 거 같아요.
약간의 반전과 함께 또 다른 모방범을 암시하는 마지막 결말까지 범죄 미스터리소설이 갖추어야 할 모든 요소들이 잘 어우러진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구시키 리우 작가는 <사형에 이르는 병>이라는 작품으로도 유명한데 영화로도 제작되었네요.
이 소설도 얼른 읽어봐야겠네요.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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