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보는 '애정하는 (일본)작가'가 몇 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 히가시노 게이고, 미나토 가나에, 야쿠마루 가쿠 그리고 이사카 고타로 입니다.
미미여사님은 사회파 소설과 시대극이, 히가시노 게이고는 워낙 다작이라 다양한 장르에서 주는 쾌감이,
미나토 가나에와 야쿠마루 가쿠는 추리소설에서의 심리 묘사가 탁월해서 보는 이로 하여금 푹 빠져들게 하는 맛이 있지요.
이사카 고타로는 위의 작가들과는 닮았지만 조금은 다른 노선을 걷고 있습니다.
정통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등장인물들의 각각의 이야기들과 이들의 티키타카를 통해 사건이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연결되며 결국 하나의 큰 세계관을 형성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특히나 초반 등장인물들간의 잡담에 가까운 대화를 통해 힌트나 복선이 언급되고 우당탕탕 정신없이 이야기가 흘러가는 가운데 모든 떡밥이 회수되고 깔끔하게 정리되는 마지막 부분은 웃음이 나오는 시원한 결말로 끝을 맺죠.
우리나라에서는 강동원 주연의 [골든 슬럼버]로 잘 알려진 작가입니다.
(영화는 망했지만 사실 이 작품은 책으로 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습니다.)
최근 브래드 피트 주연의 [불릿 트레인]도 영화로 나왔습니다.
<페퍼스 고스트>는 '이사카 고타로의 작가 생활 20년의 집대성이라고 그의 특기를 망라한 일생일대의 작품'이라는 평이 붙은 작품입니다.
우선 그의 특기인 등장인물간의 티키타카가 일품입니다.
전작인 <불릿 트레인>의 콤비 킬러인 '밀감'과 '레몬'을 떠올리게 하는 '러시안블루'와 '아메쇼'가 등장하는데요, 역시 이 둘의 대화는 코믹하면서도 극을 이끌어가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러시안블루의 비관적인 성격과 아메쇼의 낙관적인 성격이 티격태격 하면서도 조화를 이루어가며 이야기의 활력을 주고 있습니다.
또 한명의 주인공인 '단 선생님'은 타인의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녔는데 오지랖이라고 생각하다가도 타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의 아니게 큰 사건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화자인 '나루미 효코'
어느 인질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유가족들의 모임인 동우회 회원인데요, 캐릭터가 아주 드라마틱 합니다.
이야기의 큰 줄기는 이렇습니다.
'고지모(고양이를 지옥에 보내는 모임) 사냥꾼'인 러시안블루와 아메쇼는 고양이 도살자를 처리하기 위해 고용된 킬러 입니다.
단 선생님은 타인의 미래를 보는 능력으로 제자의 아버지가 실종된 사실을 알게 되고, 그를 찾으러 다니던 중에 고지모 사냥꾼과 유가족들을 만나게 됩니다.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던 이 세가지 이야기가 하나로 모이면서 테러사건의 큰 실체를 보여주는데요 이 때 작가의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그런데 사실은 미래를 보는 초능력이나 킬러들의 이야기가 주제가 아니라 작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사고로 목숨을 잃었던 유가족들에 대한 위로와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경고 등 이런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인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오는 '영원회귀' 사상은 같은 인생이 영원히 되풀이 된다는 생각입니다.
착하게 열심히 살아도 비극은 일어나고, 구원해줄 신이나 내세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인간은 삶에서 허무를 맛 볼 수밖에 없는데요, 그런 인간에게 필요한건 영원히 반복되는 인생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행복입니다.
절망 속에서도 작은 희망을 찾아, 눈앞의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는 사람만이 그런 행복을 붙잡을 수 있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좋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즐기면서 살아가는게 필요할 것 같네요.
출판사의 홍보문구대로 이사카 고타로의 스타일과 특기가 총 망라된 작품으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네요.
<골든 슬럼버>보다는 약한 느낌이긴 하지만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사카 고타로의 다음 작품도 기다려지네요.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단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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