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기아대책이라는 국제구호단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1971년 미국에서 래리 워드 박사에 의해 설립된 국제 기독교 구호단체인데 우리나라에는 1989년 10월에 국내최초 해외를 돕는 NGO로 설립되었습니다.
기아대책의 초대 회장이 바로 한국유리(한글라스)의 최태섭 장로님이셨습니다.
최태섭 장로님은 1989년 10월부터 1994년 1월까지 기아대책의 회장으로 계셨고, 설립 초기 많은 헌신으로 기아대책의 시작을 일궈내셨습니다.
창립멤버로서 그분의 업적에 관해 알고는 있었지만 그분의 성품이라든지 인생과 신앙에 관해 보다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나는 사랑에 빚진자입니다]는 수도교회 창립 70년을 맞아 1999년에 발간된 [사랑에 빚진자 최태섭]의 내용에 그분에 대한 명사들의 추억, 그리고 교인들이 기억하는 모습을 모아서 엮은 책입니다.
최태섭 장로님이 그저 자수성가한 한 기업의 회장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분의 어린시절부터 학창시절을 거쳐 사업을 일구기까지, 일제시대와 광복, 6.25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격동의 시기를 겪어오신걸 보고 있으니 어떤 삶을 사셨는지가 눈에 훤하게 보이네요.
오산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독립운동을 하기 위한 꿈이 있었고, 이후 우연한 기회로 사업체를 운영하였는데 초기에는 여러 부침을 겪었으나 의외로 사업에 재능이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정미업에 실패하고 만주로 떠나 그곳에서 비누공장을 차려 크게 성공하였는데 이 때도 사람을 믿고 용서하고 사랑하는 그의 성품이 잘 나타나게 됩니다.
실제 만주에서 팔로군(중국 공산군)에게 잡혀 인민재판을 받을 때 끼니를 거르는 직원들을 위해 점심식사를 제공해 주는 등 직원들에게 사랑을 베푼 결과 직원들이 손수 나서 그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콩 가격이 폭등하여 엄청난 이익을 올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과 신용으로 처음 계약했던 금액으로 거래를 하는 등 신용과 정직이라는 철학으로 기업을 운영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신용 있는 사람이라는 소문이 나서 중국상공인회에서 최태섭과 거래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공문을 회원들에게 발송하기까지 할 정도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월남하여 여러 사업체를 운영하다가 1957년 유엔한국재건단(UNKRA)의 지원을 받아 한국유리공업주식회사를 설립합니다.
장로님의 기업에 관한 에피소드들은 너무나 많이 있지만 그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는 명확합니다.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사랑의 빚을 갚아야 한다.
특히 피난길에도 은행 빚을 갚은 이야기는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철저한 원칙주의자인 그분의 성격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최태섭 장로님의 살아오신 삶이 너무나도 존경스러웠고 이런 분을 초대회장으로 모신 우리 단체가 자랑스러워졌습니다.
최태섭 장로님은 기아대책 뿐만아니라 생명의 전화, 경희대학교, 상명대학교, 오산중고등학교, 신일중고등학교, 아세아신학대학교 등 다양한 봉사단체와 교육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그 결과 국민훈장 모란장을 위시하여 참경영인상, 인촌상, 유일한상, 경제정의기업상, 한국경영자대상 등 많은 상을 받으셨습니다.
유리처럼 투명한 기업경영과 기업 이윤의 20%를 사회에 환원한 삶은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네요.
기아대책 3대 회장이셨던 故 윤남중 목사님은 '최태섭 회장은 영적, 지적, 정신적, 도덕적으로 훌륭한 지도자였다. 최태섭 회장은 사람들을 대할 때 무제한으로 포용하는 바다와 같은 사람이었다.' (13주년 기념 칼럼)고 회고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최태섭 장로님의 겸손함과 정직함, 사랑에 대해서 알고 그분의 삶을 본받아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1996년 기아대책 7주년 최태섭 명예회장의 글>
기독교 정신을 한마디로 압축한다면 나는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가 사회에 의미를 준다면 그것은 역시 크고 강한 실천을 할 때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의 형상을 받고 태어난 삶이 굶주림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는 것은 인간에 대한 존엄성의 기초를 흔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중략)
나는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초대 회장이었다.
다른 많은 일들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시작한 것은 바로 이 인간의 존엄성 때문이었다. (중략)
지구의 한 구석 어디에선가 당장 생존이 절실한 문제인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건강한 사람이 내미는 손이 커다란 힘이 된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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