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빨리 감기로 본다구요?
1시간짜리 드라마를 10분 요약 영상으로 해치운다구요?
아... 행간의 의미를 읽고 장면과 장면사이의 침묵마져 여운으로 느끼며 감상하는 저에게 이 말은 가히 충격이었습니다.
인강이야 강사들의 말이 느리니까 그럴 수 있다치지만 영화를 1.5배속으로 보면 내용을 다 이해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Z세대들에게는 이런 현상이 일반적인듯 하네요.
과연 요즘 세대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는걸까요?
그들의 생각이 궁금해져서 얼른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빨리 감기로 영화를 보는' 현상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특성을 해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크게 세 가지 배경이 있는데요
첫째는 봐야할 작품이 너무 많이 있다는 겁니다.
옛날이야 DVD 대여점에서 작품을 빌리고 그나마도 볼게 많지 않았는데, 요즘은 각종 OTT마다 오리지널 시리즈들이 넘쳐나고 해외의 유명한 드라마 시리즈까지 안방에서 볼 수 있으니 그야말로 콘텐츠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거죠.
남들과 대화에 끼기 위해선 그 드라마가 어떤 내용인지는 알아야 하는데 모든 회차를 다 볼 수 없으니 요약본으로 핵심만 알고 가는거죠.
두 번째 배경으로는 바로 '가성비'입니다.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을 가리키는 말인데 요즘 세대들에게는 시간에서도 가성비를 따진다는 것입니다.
방대한 시간을 들여 자기만의 관점을 얻기 보다는 한시라도 빠르게 무언가를 얻거나 전문가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이 요즘세대라고 합니다.
영상작품에서도 '감상' 보다도 '소비'에 촛점을 두니 어마어마한 양을 패스트푸드처럼 삼키는 행위를 하게 된다는 거죠.
이 현상은 정액제인 OTT의 등장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세 번째 배경은 대사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영상 작품이 늘어난 데 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연출을 통해 행간을 읽고 의미를 파악했었다면 이제는 모든 것을 대사로 일일이 설명하려는 경향이 많아지고, 따라서 대사가 없는 장면은 건너뛰게 된다는 것입니다.
단지 콘텐츠에 관해 분석한 책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Z세대들의 특징들을 잘 분석하고 있어서 감탄하면서 보게 되었습니다.
어느것 하나 버릴 부분이 없네요.
특히나 공감했던 부분은 '타인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 Z세대의 특징을 서술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들은 타인에게 간섭하지 않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타자'를 존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거기에는 '나와 다른 가치관을 접하고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행위가 결여되어 있다고 하네요.
그런 이유로 다른 의견에 부딪혔을 때, 자신을 향한 비판에도 쉽게 마음이 흔들리고 그냥 흘려보내지 못하는거죠.
빨리감기 문화로부터 이렇게 깊이있는 트렌드를 분석해 내다니 새삼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앞으로 영상 콘텐츠 시장이 어떻게 흘러 갈 것인가를 분석한 부분도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이제 빨리감기나 이런 현상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고, 그에 따라 작품을 제작하는 제작자도 이런 현상에 맞춰 콘텐츠를 제작해 나가겠죠.
이미 1분 미리듣기로 인해 강력한 후크를 전진배치한 K-pop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빠를 것 같습니다.
요즘 세대들을 이해하고 싶으신분, 트렌드를 누구보다 빨리 알고 싶은 분, 그리고 지금도 빨리감기로 영상을 보고 계신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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