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창식의 명곡으로 만든 뮤지컬 [피리 부는 사나이]를 보고 왔습니다.
지금까지 이문세, 김광석의 노래로 만든 뮤지컬은 있었지만, 송창식의 노래로 만든 뮤지컬은 처음이라 어떤 작품일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공연정보
개요 : 뮤지컬 > 창작뮤지컬
기간 : 2026. 6. 12. (금) ~ 2026. 8. 02. (일)
시간 : 화, 목, 금 19:30
수 15:00, 19:30
토 14:00, 18:00
일, 공휴일 14:00
장소 : 국립정동극장
관람연령 : 7세이상 관람가능
러닝타임 : 115분
티켓가격 : 전석 70,000원

국립정동극장은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도시의 빌딩 사이에서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퇴근하고 천천히 밤길을 걸으니 분위기가 좋네요.

이 작품은 송창식의 노래를 바탕으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인데, 일제강점기 시절에 대입해서 극을 풀어나갑니다.
피리부는 사나이, 고래사냥, 왜불러, 가나다라, 나의 기타 이야기, 푸르른 날에 등 수많은 명곡들이 귀를 즐겁게 하네요.
저도 알게 모르게 송창식의 노래를 꽤 많이 알고 있었더라구요.
순수하게 노래를 하고 싶은 마음, 독립을 향한 신념, 시대적 상황속에 내몰린 청춘들의 모습들이 노래와 어울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특히 고문장면에서 부른 '가나다라'는 이 곡이 이렇게 사용될 수 있구나 싶을 정도로 의외의 폭발력이 있었습니다.
'담배가게 아가씨'는 개사를 통해 공연장면으로 탈바꿈해서 극의 분위기를 바꾸어 놓는데 한 몫하네요.

하지만 주크박스 뮤지컬의 고질적인 단점을 그대로 답습하기도 합니다.
스토리에 노래를 입힌게 아니라 노래에 이야기를 끼워넣다보니 서사는 약해지고 감정만 남아있네요.
가사가 100% 딱 맞긴 어려운건 이해는 되지만 너무 어거지 같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캐릭터가 너무 평면적인데다 인물들간의 갈등도 설명을 건너뛴채 지나가니 몰입이 안되더라구요.
특히 후반부 영기의 행동은 개연성이 너무 떨어져 도저히 납득이 안된채로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대길 역시 초반의 변심 장면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다 보니 그의 분노와 회심 역시 폭발력이 없어보이네요.
결국 100분 내내 배우들의 비장함과 격한 고성만 귀에 남은 것 같습니다.
물론 독립운동의 당위성이나 그 시대의 민초들의 삶, 이름없이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의 숭고한 희생은 가슴을 뜨겁게 합니다.
그런데 뮤지컬로서의 서사는 많이 아쉬웠습니다.
초연이기 때문에 앞으로 조금만 더 다듬으면 좋아질 것 같습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몇가지 제언을 드리자면
1. 시작부분이 너무 휘몰아쳐서 관객들이 극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준비운동이 필요하듯 민초들의 삶과 분노 등 서사를 차근차근 쌓아가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대길의 변심 이유 등)
2. 개인적으로 '우리는'이라는 곡을 좋아하는데, 이 곡이 빠진게 아쉽네요.
지혜와 영수가 만나 서로 달콤한 사랑을 만드는 장면을 넣으면 어떨까요?
3. 지혜 역시 숨은 의열단원인데 좀 더 이 비밀스런 서사를 강조하면 좋을 것 같아요.
4. '왜불러'는 뜬금없는 곳에서 나와서 터지긴 했는데, 다른 곡도 마찬가지로 굳이 2절까지 완곡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왜불러' 같은 경우는 1절 정도로만 하고 빠지는게 나을듯.
5. 상구(웰컴 투 동막골의 강혜정 배우가 겹쳐보이네요)가 '피리 부는 사나이'의 모티브를 제공하긴 하는데, 이 극의 제목과의 연계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뭔지 모르겠네요.
너무 복잡한 회전무대와 스토리 부분을 좀 정리해서 다시 돌아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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