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신발 브랜드를 꼽으라면 단연 뉴발란스입니다.
어떤 옷차림에도 무난하게 어울리고, 무엇보다 발이 편해서 자연스럽게 손이 자주 갑니다.
그래서인지 늘 친숙한 브랜드였는데, 솔직히 말하면 저는 뉴발란스가 비교적 최근에 유명해진 브랜드인 줄 알았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운동화 정도로 대중에게 각인된, 감각적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고만 생각했던 것이죠.
그런데 조한송의 <뉴발란스 뉴히어로>를 읽고 나니 이 브랜드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곳이라는 사실부터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이 책은 뉴발란스의 시작과 성장, 대표 시리즈의 의미, 기술 혁신, 브랜드 철학, 그리고 한국 시장에서의 눈부신 성공까지 한 권에 촘촘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특히 뉴발란스가 처음부터 ‘멋’보다 ‘기능’에 집중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러닝화를 더 편하게 만들기 위한 아치 서포트 깔창에서 출발했고, 사람마다 다른 발 모양에 맞춰 발볼 너비를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도입했다는 대목에서는 왜 뉴발란스가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는지 알게 됐습니다.
화려한 광고보다 착용감과 완성도로 입소문을 만든 브랜드라는 점도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뉴발란스 숫자 시리즈에 얽힌 이야기가 재미있었습니다.
운동화를 신으면서도 늘 “이 숫자는 무슨 뜻일까?” 싶었는데, 이 책이 그 궁금증을 아주 시원하게 풀어주고 있네요.
설립 당시부터 제품의 디자인보다 기능성을 강조해온 뉴발란스는 '신발은 패션이 아니라 퍼포먼스'라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멋진 이름보다는 제품에 숫자를 붙여 기술적인 이미지를 부각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대표 프리미엄 라인인 990 시리즈가 ‘1000점 만점에 990점’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는 설명은 정말 뉴발란스 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벽에 가까운 신발을 만들겠다는 자신감과 자부심이 숫자에 그대로 담겨 있었던 셈이니까요.
또 500번대 시리즈는 합리적인 가격과 성능으로 판매되는 제품들이었는데요, 앞서 나온 576과 575의 기능적이고 디자인적인 장점을 기반으로 재해석한 것이 574라고 합니다.
그 574가 뉴발란스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모델이 되어 90년대 중반부터는 패션업계에서도 주목을 받았다고 하네요.
저 역시 574를 좋아하는데, 익숙하게 신어왔던 모델의 배경을 알고 나니 괜히 더 애정이 생기더라구요.
책의 후반부에서 다루는 한국 시장 이야기도 꽤 흥미롭습니다.
특히 이랜드가 국내 총판을 맡은 이후 뉴발란스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고, 단순한 유통을 넘어 본사에 역제안을 할 정도로 적극적인 기획력을 보여주었다는 부분은 브랜드 성공 뒤에 있는 또 다른 주인공을 보는 듯했습니다.
글로벌 브랜드와 한국 파트너가 서로의 강점을 잘 살려 시너지를 만든 사례라서, 패션에 관심 있는 독자뿐 아니라 경영과 마케팅을 공부하는 분들에게도 의미 있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뉴발란스 뉴히어로>는 제가 좋아하던 브랜드를 더 깊이 이해하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익숙하게 신고 다니던 운동화 한 켤레에 이렇게 긴 역사와 철학, 기술과 전략이 담겨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습니다.
브랜드의 과거를 훑는 재미도 있고, 숫자 시리즈의 의미를 알아가는 즐거움도 있으며,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들여다보는 현실적인 흥미도 있습니다.
게다가 사진과 자료가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어 내용이 어렵지 않고 가독성도 좋습니다.
뉴발란스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분명 반갑게 읽을 수 있을 것이고, 좋은 브랜드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오래 사랑받는지를 알고 싶은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 난기류 지나 드디어 착륙! - 인생의 난기류 끝에 만난 믿음 (0) | 2026.03.31 |
|---|---|
| 커뮤니티 빌더들 - 사람의 마음을 얻는 커뮤니티의 비밀 (0) | 2026.03.28 |
| 초속 5센티미터 the novel - 그리움의 속도 (0) | 2026.03.21 |
| 요즘 메인 세대 - X세대는 정말 끝났을까, 아니면 이제 메인일까 (0) | 2026.03.15 |
| 어느 날 책상이 뒤집혀 있었다 - 웃음이 상처를 이겨내는 순간 (0) | 2026.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