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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좀 못해도 내일은 온다 - 못해도, 실패해도 괜찮아

책 리뷰

by 채널나인 2026. 1. 18.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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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저는 롯데 자이언츠의 오랜 팬입니다.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영광을 기억하고 있고, 1999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7차전, 그 손에 땀을 쥐게 하던 명승부도 아직 생생히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들 역시… 네, 굳이 자세히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아시겠지요.

제리 로이스터 감독 시절을 제외하면 늘 하위권에서 희망과 절망을 번갈아 맛보던 그 팀의 팬입니다.

그래서 심너울 작가의 <야구 좀 못해도 내일은 온다>를 읽는 내내 내적 친밀감이 들었습니다.

소설 속 만년 하위권 팀 ‘펭귄스’와 그 팬들이, 꼭 제 이야기 같았거든요.

응원하다 지치면서도 또 경기 결과를 확인하고, “이번 시즌은 다르다”라는 말을 매년 새로하지만 '봄데'로 끝나는 그 마음 말이죠.

이 소설의 특징은, 흔히 기대하는 ‘천재 선수의 성공담’ 또는 '꼴찌팀의 우승 스토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정영우가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펭귄스에 입단해 무려 14년간 백업 선수로 뛰어온 인물입니다.

홈런을 펑펑 치는 스타도 아니고, 하이라이트 영상의 단골도 아니지만,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어 감독이 믿고 쓰는 선수지요.

더 이상 자신의 쓸모를 증명할 수 없어서 은퇴를 조심스레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의 동생 정승우는 정반대의 위치에 있습니다.

고교야구 에이스 투수로,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큰 꿈을 품고 있습니다.

형은 현실에 발을 딛고 있고, 동생은 꿈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중입니다.

이 대비만으로도 이야기는 충분히 흥미롭습니다.

여기에 서나리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메이저리그에서 인정받은 야구 이론 분석가로, 한국 야구에 대한 애정 하나로 펭귄스 프런트에 합류합니다.

감독과는 종종 언쟁을 벌이고, 정영우와 손잡고 팀 리빌딩을 위해 ‘탱킹’이라는 냉정한 전략을 선택합니다.

야구를 숫자와 확률로 바라보는 시선이 신선하면서도, 때로는 팬의 입장에선 마음이 복잡해지게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하유미.

구단 인턴이자 펭귄스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열혈 팬입니다.

그녀의 시선은 선수도, 감독도, 프런트도 아닌 ‘관중석’에 가장 가깝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녀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이야기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의외성이 있습니다.

이 소설이 참 좋았던 점은, 야구를 사랑하는 방식이 이렇게나 다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데 있습니다.

선수는 매 경기 최선을 다해 이기고 싶어 합니다.

팬 역시 그런 모습을 원하지요.

감독은 최고의 전략을 고민하고, 프런트는 냉철한 분석 끝에 때로는 꼴찌라는 선택도 감수합니다.

겉으로 보면 서로 부딪히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모두가 팀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방법이 다를 뿐, 마음의 방향은 같습니다.

그래서 소설을 읽다 보면 누군가의 선택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괜히 서운해지기도 합니다.

마치 실제로 응원하는 팀을 바라볼 때처럼 말이지요.

읽는 내내 드라마 [스토브리그]가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최고의 팀을 만들기 위해 프런트 직원들이 어떤 고민과 노력을 하는지, 그 치열함을 보여줬던 작품이었지요.

이 소설 역시 야구의 화려한 순간보다는, 그 뒤편에서 묵묵히 쌓아 올리는 시간들에 더 많은 시선을 줍니다.

그래서 좋았습니다.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나치게 비장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가볍게 흘려보내지도 않습니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야구 그 자체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분명히 전해졌습니다.

이 책은 꼭 야구팬만을 위한 소설은 아닙니다.

물론 야구를 좋아한다면 공감의 밀도가 훨씬 높아지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버티는 사람들,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느 분야에서나 통하니까요.

야구든 일이든, 혹은 삶이든, 끝까지 버텨본 적 있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은 조금 못해도, 내일은 또 오니까요.

그리고 올해는 롯데가 꼭 가을야구를 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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