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이른바 ‘추미스’를 좋아한다고 자부해 온 저였지만, 고백하자면 한국추리문학상의 존재는 이번에 처음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은 매년 챙겨보면서도, 왜 그 옆 서가에 있는 이 책들은 그냥 지나쳤을까요.
일본의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정도만 알고 있었던 저로서는, 이번 만남이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문학상 수상작품집은 그해의 문학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연감’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종종 찾아 읽곤 하는데, 한국 추리문학의 현재를 정리한 이 작품집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첫 만남이었습니다.
책의 앞쪽 날개에 나와있는 황금펜상 소개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1985년에 제정된 한국추리문학상이 오랜 시간 한국 추리문학의 중심축 역할을 해왔고, 그중에서도 2007년부터 신설된 황금펜상은 단편의 완성도와 작가적 역량을 기준으로 작품을 선정해 왔다고 합니다.
단편이라는 형식은 짧은 만큼 속임수도, 허술함도 쉽게 드러나기 마련인데요, 그런 점에서 이 상은 ‘짧지만 강한’ 작품들을 통해 한국 추리문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왔다는 설명이 무척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2025년 제19회 황금펜상 수상작은 박건우 작가의 〈교수대 위의 까마귀〉입니다.
미술관을 배경으로 한 본격 미스터리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그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어가는 정통 탐정물의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화려한 미술관이라는 공간과 차갑게 계산된 범죄의 대비가 인상적이었고, 사건의 트릭과 전체적인 얼개를 따라가며 독자도 자연스럽게 추리에 참여하게 됩니다.
‘아, 이래서 본격 미스터리라고 하는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추리소설의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진 느낌이랄까요.
수상작 외에도 우수작으로 실린 작품들 역시 각자의 개성이 뚜렷했습니다.
〈길로 길로 가다가〉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떠올리게 하는 동요 살인사건을 소재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을 다룹니다.
특히 소녀 탐정 오느릅과 한 순경의 콤비 플레이가 무척 매력적이어서, 이 둘이 다시 등장하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부부의 정원〉은 개인적으로 가장 영화처럼 느껴진 작품이었습니다.
짜임새 있는 구성 속에 존엄사라는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낸 사회파 미스터리로, 읽는 동안 ‘이거 영상화해도 되겠는데?’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 외에도 〈서핑 더 비어〉, 〈폭염〉, 〈1300℃의 밀실〉까지, 제목만큼이나 다채로운 색깔의 이야기들이 이어져 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각 작품의 분량이 길지 않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고, 그만큼 속도감 있게 완독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다 읽고 난 뒤에 이어지는 작가의 말과 심사평이었습니다.
작품들이 어떤 맥락에서 쓰였는지, 왜 이 작품들이 선택되었는지를 알고 나니 앞서 읽은 이야기들이 다시 한번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년에 20회를 맞이하는 황금펜상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우리를 놀라게 할지, 벌써부터 슬쩍 기대해 보게 됩니다.
추미스를 좋아하신다면, 그리고 한국 추리문학의 현재가 궁금하시다면 이 한 권, 꽤 든든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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