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와일드]는 참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또 걷고 싶게 만든 영화였습니다.
저 역시도 [와일드]를 보며 PCT(Pacific Crest Trail)를 처음 알았고, 그 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절망뿐인 삶 속에서 슬픔을 극복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수 천 킬로미터의 길을 걷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길을 걷는다는것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도 했었죠.
여기 [와일드]의 셰릴 스트레이드처럼 묵묵히 길을 걷는 아름다운 두 여성이 있습니다.
(사)백두대간평화트레일 이사장인 남난희와 현재 스위디쉬 병원 응급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정건입니다.
두 사람은 여성산악인으로서 히말라야와 에베레스트 원정대로 활동하는 등 등산에 대해서는 전문인 산악인입니다.
산악계의 선후배인 두 사람이 뜻을 같이 모아 4285Km인 PCT를 걷기로 한 것입니다.
PCT는 전구간을 한번에 걷는 스루하이커와 구간별로 나눠서 걷는 섹션하이커가 있는데 이들은 총 5년에 걸쳐 이 길을 다 걸었다고 하네요.
5년이라고는 하지만 한 번에 1,000Km가 넘는 길을 걷는게 쉬운일은 아니었을거에요.
처음 시작한 2018년에는 6명이 걸었고 2019년부터 마지막인 2023년까지 때로는 2명으로 때로는 서너명으로 함께 걸었습니다.
이 모든 일정을 완주한 남난희와 정건을 비롯하여 구간별로 함께한 대원들이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이 책은 남난희의 이야기와 정건의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들려주고 있습니다.
PCT는 워낙 길이가 길기 때문에 다양한 자연환경들을 만날 수 있는데요, 걸으며 만난 풍광들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PCT만의 특별한 문화인 '엔젤'과 '트레일 매직'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나 매력적이었습니다.
지친 하이커들에게 아무런 대가없이 도움을 제공하는 말 그대로 천사같은 존재들.
이들은 자신이 PCT를 걸어봤기에, 또는 그 꿈을 이루고 싶어서 도와주는 사람들인데요, 이런 문화가 너무나도 부럽기도 했고 백두대간에서도 이런 나눔의 문화를 심고 싶어하는 남난희의 바람에 공감하기도 했습니다.
그냥 단순히 목적지를 향해 걷는 것이 아니라 좋은 문화들을 우리것에 맞게 받아들이려고 고민하는 것이 얼마나 백두대간을 사랑하는지 엿보이는 대목이었습니다.
긴 말을 하지 않더라도 얼굴만 봐도 서로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건 축복인 것 같아요.
더군다나 그런 사람들과 함께 길을 걷는다는 건 더없이 행복한 순간이겠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과 좋은 사람들, 그리고 깊은 생각들이 어우러진 좋은 책입니다.
(읽으실 분들을 위해 팁을 드리자면 프롤로그를 맨 마지막에 읽으시면 여정의 마무리를 확실히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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