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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가 사라진다

책 리뷰

by 채널나인 2023. 10. 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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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극장은 여러모로 추억이 서려있는 공간입니다.

어릴적 부모님 손에 이끌려 [84 태권브이]를 처음 보았고, [어른들은 몰라요]는 부모님 없이 친구들과 함께 본 첫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극장이 하나밖에 없던 시골동네라 좋은 영화가 개봉되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고, 그마저도 없어졌을 땐 멀리 다른 동네로 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었죠.

그때는 2편 동시상영에 좌석도 지정좌석이 아니어서 하루종일 극장에서 몇번이고 다시 본 적도 있었네요.

지금도 극장하면 떠오르는 풍경은 불이 꺼졌을 떄 환호성을 지르던 꼬마들의 목소리와 시끄럽게 하면 영화를 안 틀어준다고 으름장을 놓던 아저씨들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

<한국영화가 사라진다>

참 아찔하고도 무서운 제목입니다.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이 전세계를 휩쓸고 OTT에서 발표하기만 해도 1위를 차지하는 이 시기에 위기라니요.

무슨 말일까 궁금해서 책을 펼쳤습니다.

저자는 팬데믹으로 인해 관객수가 급감하면서 제작비 회수가 불가능해지고 이로 인해 영화 제작이 안되고, 영화 제작이 안되니 스크린에 걸 영화가 없어지고 급기야 극장이 망하게 되는 악순환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강력한 OTT의 등장도 한 몫하고 있지요.

단순하게 볼만한 영화가 없다 내지는 티켓값이 너무 비싸서 극장을 안 간다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지 못한 여러 이유들이 한국영화의 위기상황을 드러내고 있었네요.

* 사실 코로나 이후 멀티플렉스의 대면 직원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휑한 키오스크가 자리잡고 있는 현실도 이해는 가지만 극장이 주는 설램을 없애버린 것 같아서 아쉬워요.

마치 놀이동산에서 입장권을 끊고 기대감을 가지고 입장하던 흥분이 사라져버린 느낌이랄까요.

이러니 더 극장을 안가게 되기도 합니다.

** 천만영화의 이면에는 대기업의 '스크린 독과점'과 '수직계열화'가 있습니다.

흥행이 잘 되는 영화만 모든 상영관을 독점하다시피 하니 더 잘될 수 밖에요.

관객들은 더 다양하고 의미있는 작품들도 보고 싶다구요.

여러 진단들을 뒤로하고 저자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영화란 무엇인가'

저처럼 어린시절 극장에서의 경험을 하신 분들은 당연히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하는 것으로 생각하시겠지만, 요즘 현실은 지하철이건 방안이건 손안에 휴대폰만 있다면 그곳이 극장이 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로지 극장에서 보는 것만이 영화가 아니라 창작자가 펼쳐놓은 이야기를 어디서건 자유롭게 보는 것도 영화라는 새로운 정의를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된 것 같네요.

이 책은 한국영화가 사라진다는 극명한 명제로부터 출발해 OTT 시장과 제작 구조, 망사용료와 투자에 관한 내용과 함께 국가 영화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영상물등급위원회, 한국영상자료원의 역할에 관한 이야기까지 폭넓게 살펴보고 있습니다.

특히 영진위의 '영화발전기금'에 대한 부분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요, 티켓가격의 3%를 뗀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자금의 고갈 위험이 있고 극장과 OTT의 차별의 문제도 있어서 깊이 고민해 보게 되었습니다.

결국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정의의 문제가 다시 화두가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문화는 그 나라의 국격을 나타내는 하나의 중요한 표지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역시 그 문화 중 하나구요, 우리는 가장 화려하고도 찬란한 문화의 황금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 문화의 힘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나 여러면에서 전폭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겠죠.

극장에서 큰 화면과 공간감이 주는 울림있는 사운드를 너무나 좋아하는 영화 매니아로서 아주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습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특히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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