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베니스의 개성상인>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결합해 엄청난 재미를 주던 작품이었죠.
사학과 출신으로 역사와 소설을 결합한 팩션 소설의 대가인 오세영 작가인데 <대왕의 보검> 이후 오랜만에 신작을 내셨네요.
이번 작품인 <마지막 명령>은 그간 발표하시던 고대사에서 벗어나 한국의 현대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12. 12 쿠데타와 미얀마 아웅산 테러에 이르기까지 혼란스러웠던 시기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특전사 최정예 팀장인 한태형 대위는 신념을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심지가 굳은 인물입니다.
그의 절친한 육사 동기인 장재원은 하나회에 가입하여 신군부 쿠데타에 가담합니다.
12. 12 사태는 이들을 전혀 다른 길로 인도합니다.
민주주의를 끝까지 수호하려는 한태형은 쿠데타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명예제대를 당하고 미국으로 쫓겨납니다.
미국에서 밑바닥부터 생활하던 한태형은 용병이 되어 아프리카에서 일을 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민주주의를 밟아버린 전두환을 응징하기 위해 암살을 시도합니다.
이 때 전두환의 경호를 책임지던 인물이 바로 친구인 장재원이었습니다.
이후 두 사람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계속하게 되는데 죽이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의 대결이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한태형이 가진 암살의 목적은 민주주의의 수호였습니다.
하지만 중반 이후 한때 동지였던 북한군이 개입하자 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해 전두환 보호(대한민국 법정에 세워서 응당한 처벌을 받기 위해)로 목적이 바뀌는 반전을 맞게 됩니다.
한태형의 멘토였던 석사령관의 마지막 명령이기도 합니다.
"전두환을 대한민국 법정에 세워라! 그게 정당한 응징이다!"
이 부분은 마치 영화 [헌트]에서 후반부 이정재와 정우성의 역할이 바뀌는 것과 같은 재미도 주네요.
필리핀과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소에서 펼쳐지는 전두환 암살 작전.
그리고 그것을 막으려는 자와 숨막히는 대결.
픽션이긴 하지만 진짜 그 때 전두환이 저격당했더라면 역사는 어떻게 흘러갔을까요?
마지막 숨을 거둘때까지 한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했던 그 모습이 오버랩되며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마무리를 너무 급하게 맺은게 아닌가 할 정도로 뚝 끊기는 느낌이 있어서 아쉬웠네요.
미얀마 폭탄테러와 그 이후 한태형의 이야기를 좀 더 풀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역사와 그 뒷이야기들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넣은 아주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민주화 항쟁은 계속되었고,
정권이 바뀌면서 전두환은 청문회에 소환되고,
12.12는 법의 심판을 받았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단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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