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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도 렌털이 되나요 - 진짜 가족이 되는 법

책 리뷰

by 채널나인 2026. 2. 2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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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도 렌털이 되나요?"

자동차도, 옷도, 심지어 캠핑 장비도 빌리는 요즘 시대에 가족까지 빌린다는 설정일까요?

제목만 보면 살짝 장난기 어린 질문처럼 들립니다.

이누준 작가의 <가족도 렌털이 되나요>는 한 소녀 배우의 이야기를 통해 무대와 현실, 연기와 진심,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얽힌 감정들을 섬세하게 풀어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주인공 스기사키 유나는 한때 유명한 아역배우였습니다.

TV 광고에 등장하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무대 위에서 반짝이던 아이였지요.

하지만 지금의 유나는 고등학생이 되어 극단 하마마쓰에서 조용히 활동하는 단원일 뿐입니다.

유나의 기억 속에 가장 빛나는 순간은 연극 <가족의 풍경>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시절입니다.

관객들은 그녀의 연기를 두고 ‘배역에 빙의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몰입했고, 그만큼 진심이었습니다.

그녀가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단순히 박수와 명성 때문만은 아닙니다.

무대 위에서 연기했던 가족이 너무도 따뜻했기 때문입니다.

현실의 가정은 이혼을 고민하는 부모님, 그리고 다시 TV로 돌아가길 바라는 엄마의 잔소리로 채워져 있습니다.

연기였던 가족은 화목했고, 현실의 가족은 균열이 가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짜가 더 진짜처럼 느껴졌던 순간이었던 셈입니다.

어느 날 유나에게 뜻밖의 제안이 들어옵니다.

극단을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렌털 극단원’이 되어 달라는 요청입니다.

그 제안을 받아들인 유나는 ‘나츠미 카나’라는 인물을 연기하게 됩니다.

카나의 가족과 함께 생활하며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는 일.

설정만 들어도 묘하게 긴장감이 흐릅니다.

처음에는 철저히 연기라고 생각했던 관계가 점점 일상의 결을 닮아갑니다.

어색한 식탁, 조심스러운 대화, 어딘가 허전한 공기 속에서 유나는 배우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정체불명의 의뢰인으로부터 날아오는 편지, 극단 동기 타쿠야의 등장, 주변 사람들의 수상한 시선이 더해지며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단순히 따뜻한 이야기로만 진행될 줄 알았던 이야기는, 중반 이후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하게 됩니다.

배우는 타인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사람이죠.

하지만 카나를 연기하면서 유나는 깨닫습니다.

연기라는 것이 단순히 대사를 외우고 감정을 흉내 내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요.

카나의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은 유나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무엇을 연기하고 있는가.

어디까지가 배역이고, 어디부터가 나인가.

그리고 진짜 가족이란 무엇인가.

유나는 어린 시절 무대 위에서 경험했던 ‘이상적인 가족’을 그리워합니다.

하지만 가족은 완성된 그림이 아니라, 계속 덧칠하며 만들어가는 풍경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 작품은 유나의 성장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성장은 거창한 성공이나 화려한 복귀로 표현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흔들림과 고민, 망설임 속에서 조금씩 단단해지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다시 빛나고 싶은 욕망, 부모의 기대에 대한 부담, 지금의 자신이 충분한지에 대한 불안.

이 감정들이 과장 없이, 담담하게 펼쳐집니다.

<가족도 렌털이 되나요>는 겉보기보다 훨씬 깊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이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반전은 이야기의 긴장감을 더하고, 섬세한 감정선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습니다.

꿈과 미래를 고민하는 분들,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마음이 복잡한 분들께 특히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무대 위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결국 우리 각자의 삶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가족이면서, 동시에 자기 인생의 배우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가장 어려운 배역은 언제나 ‘나 자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용하지만 깊게 스며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책장을 덮고 나면, 마음속 어딘가에 작은 조명이 하나 켜진 듯한 기분이 드실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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