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ch9 Ent. (채널나인 엔터테인먼트) 입니다.
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저는 역대급의 귀성길을 보내고 (무려 13시간) 잘 다녀왔습니다.
덕분에 감기에 걸리긴 했지만요.
아침 저녁으로 일교차가 심한데요 모두들 감기 조심하시길 바래요.
이번주 소개해 드릴 작품은 여러모로 재미와 메시지를 풍부하게 표현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Concret Utopia, 2023)] 입니다.
재난영화의 형식을 빌린 인간 군상에 대한 우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라.. 제목을 참 잘 지은 것 같습니다.
갑자기 일어난 재난에 살아남은 단 하나의 유토피아가 '황궁아파트' 이기도 하지만
오프닝에서 보여준것처럼 한국사회에서 집, 특히 아파트가 갖는 의미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기도 하거든요.
영화는 시작부터 관객들을 재난상황으로 확 빨아들입니다.
그리고 그 재난으로부터 '선택받은' 오직 한 곳 황궁아파트의 주민들의 이야기로 관객들을 동참시킵니다.
이 세상이 전부 멸망하고 내가 사는 아파트만이 살아남았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물자는 부족한데 평소 우리 아파트를 무시하던 이웃 아파트 주민들이 도와달라고 사정한다면?
냉정하게 생각해서 그 사람들을 몰아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함께 도와가며 살아야 할까요.
영화는 이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만약 내가 황궁아파트 주민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내내 생각하며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병헌이 연기하는 '영탁'이라는 인물이 중심인데요 (이병헌 진짜 연기 잘하네요.)
미스터리한 영탁을 통해 완장을 찬 인간의 권력욕과 조직의 지배구조까지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극한 재난의 상황에선 강력한 통치자가 나서는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타나는 집단적 광기가 무서운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차분했던 영탁의 헤어스타일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위로 뻗쳐 올라가는 것도 그의 광기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수직적 구조속의 수평적 메시지, 그리고 기독교적 장치들
이 영화는 재난이라는 상황을 그려내는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그 속에 숨어있는 기독교적 메시지를 찾아내는 재미도 있습니다.
우선 '살인범이든 목사님이든 위아래 없어졌다, 다 평등해졌다는' 대사가 등장하구요
영탁이 우리 아파트는 '선택받았다'고 언급한점.
주민들 중 다른 사람들을 숨겨주는 선한 사마리아인 역할을 하는 집에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현판이 걸려있기도 하고
그리고 '영탁'의 본명에 '모세'가 들어가는 점들도 재미있네요. (아마 모세처럼 이 재난을 이끌어갈 지도자의 역할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모세'는 살인'범'이었죠.)
낮에는 구름기둥과 밤에는 불기둥을 보고 백성을 인도한 것처럼 재난현장의 불기둥을 배경삼아 식료품을 구하러 가는 영탁의 모습이 보입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모세가 되지 못했지만요)
가장 결정적인 메시지는 마지막에 주인공인 '명화'가 구원을 받는 곳이 교회라는 공간이라는 것이죠.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빛을 통해 진짜 구원의 손길을 받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후 새로운 유토피아에 들어가게 되는데요 그곳이 수직적인 아파트가 넘어져 수평적인 공간으로 변해 살아가는 장면은 진짜 평등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기것만 챙기기 위해 사람들을 내쫓던 수직적인 황궁아파트는 점점 지옥으로 변했고, 아무런 대가없이 서로 나누어주는 곳이 진정한 천국이라는 것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네요.
(저 그냥 살아도 되는거에요? 라는 명화의 대사는 많은 것을 생각케 합니다.)
악의 평범성
영화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질문합니다.
너라면 어떻게 할래?
영탁도 광기에 사로잡히지만 그 마음 한구석엔 우리 공동체를 지키겠다는 선한(?) 의지가 있습니다.
그 의지가 선을 넘어버린게 문제였지만요.
주민들 역시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악을 저지릅니다.
우리도 그런 극한 상황이 되면 우리 속에 숨어있는 죄성이 머리를 드러낼 수도 있겠죠.
모두가 이기적인 마음을 갖고 있지만 그걸 어떻게 다스리느냐가 다를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앙의 힘으로!)
덧붙이자면 이 영화를 만든 엄태화 감독은 엄태구 배우의 형입니다.
그래서 영화 중간에 카메오로 엄태구가 등장하기도 하죠. (잘 찾아보세요 ^^)
형제 모두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났다고 하니 영화의 메시지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듯 합니다.
장르영화로서의 완성도 있는 연출력과 함께 묵직한 메시지까지 던져주는 [콘크리트 유토피아]
엄태화 감독의 다음 작품도 기대됩니다.
<줄거리>
"아파트는 주민의 것"
온 세상을 집어삼킨 대지진, 그리고 하루아침에 폐허가 된 서울.
모든 것이 무너졌지만 오직 황궁 아파트만은 그대로다.
소문을 들은 외부 생존자들이 황궁 아파트로 몰려들자
위협을 느끼기 시작하는 입주민들.
생존을 위해 하나가 된 그들은 새로운 주민 대표 '영탁'을 중심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막아선 채 아파트 주민만을 위한 새로운 규칙을 만든다.
덕분에 지옥 같은 바깥 세상과 달리
주민들에겐 더 없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유토피아 황궁 아파트.
하지만 끝이 없는 생존의 위기 속
그들 사이에서도 예상치 못한 갈등이 시작되는데...!
살아남은 자들의 생존 규칙
따르거나
떠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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