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누군가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하고, 상실감을 견디며 그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저도 최근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문득문득 할머니가 그리워질 때가 있는데요.
특히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경우라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마지막 순간 어떤 마음이었을지 알 수 없기에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복잡할 것 같습니다.
황보나 작가의 <알갱이들>은 정미가 세상을 떠난 뒤, 정미의 언니 유미가 친구였던 현비를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정미의 죽음을 이해하고 싶은 유미와 자신이 알았던 정미를 다시 돌아보게 되는 현비의 모습을 통해 죽음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을 그리고 있습니다.
유미는 매번 현비를 찾아와 정미와 있었던 특별한 일이 없었는지 묻습니다.
질문도 비슷하고 현비의 대답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같은 질문이 반복될수록 현비는 자신이 알고 있던 정미가 과연 어떤 사람이었는지 하나씩 되짚어보게 됩니다.
전학 온 학교에서 새롭게 만난 소윤과 그녀를 괴롭히는 김라희의 관계도 이런 이야기와 연결됩니다.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사람의 마음속까지 모두 알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친하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상대가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었는지, 어떤 상처를 감추고 있었는지는 알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던 중 현비 앞에 세상을 떠난 고모부가 귀신으로 나타납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뜬금없게 느껴졌던 설정이지만, 고모부와의 대화를 통해 현비는 죽은 사람과 남겨진 사람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정미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답을 찾으려 하기보다 자신이 기억하는 정미를 떠올리고, 비로소 진심으로 그리워하기 시작합니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죽음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보다 남겨진 사람이 어떻게 애도하고 기억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유미가 계속 현비를 찾아온 이유 역시 단순히 정미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정미를 닮은 현비와 가까워지고 싶었고, 어쩌면 현비를 통해 동생의 흔적을 붙잡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결국 사람을 잃고 난 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사람이 왜 떠났는지 모든 이유를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했던 순간들을 하나씩 기억하고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목의 ‘알갱이들’처럼 한 사람에 대한 작고 사소한 기억들이 모여 결국 그 사람을 이루고,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 것이겠지요.
다만 귀신이 된 고모부가 등장하는 부분은 작품 전체의 현실적인 분위기와 조금 동떨어져 보였고, 개인적으로는 청소년들의 성적인 부분을 다루는 몇몇 장면도 읽으면서 다소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누군가를 잃은 뒤 남겨진 사람들이 어떻게 그 죽음을 받아들이고 그 사람을 기억해가는지 조용히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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