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책을 펼치자마자 떠오른 영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
우주로 떠난 아버지가 딸을 찾기 위해 차원을 넘나든다는 점에서 <홀론>과 닮아 있습니다.
하지만, <홀론>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단순히 시간과 차원을 넘는 것이 아니라,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허물고 평행 우주 80억 개를 헤매야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의 작가인 제레미 오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서울대학교에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했고, 현재 정신과 전문의로 병원에 근무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 우주공학 SF <보이저>와 <화성탈출>을 출간하여 수준 높은 SF 작가로서 활약하고 있는데요,
이번 작품은 SF에 심리학과 정신과학을 융합한 독특한 소설이네요.
"딸이 있는 지구를 찾아서"
주인공 루크는 지구에서 최고의 우주인이었습니다.
그는 인류가 미지의 공간을 탐험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달 옆 다크홀을 지나 새로운 세계에 도착합니다.
그곳에서 그는 안내인인 안나를 통해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습니다.
"네가 알던 지구는 이제 없어."
지구가 붕괴되었고, 그는 다시 돌아갈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곳에는 남겨둔 딸이 있기 때문입니다.
딸을 찾기 위해 탐사를 계속하던 루크는 더 큰 충격을 받습니다.
그가 발견한 것은 무려 80억 개의 평행 지구.
그렇다면, 딸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녀는 살아 있을까요?
루크는 이 거대한 미지의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딸을 찾아 나섭니다.
"지구는 하나가 아니었다"
1권에서는 루크가 다크홀을 통과하며 새로운 세계에 도착하는 과정이 펼쳐집니다.
이야기는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되기 전, 중요한 개념들을 독자에게 하나씩 소개합니다.
우리는 보통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유일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루크가 마주한 현실은 전혀 다릅니다.
그가 탐사하는 동안 80억 개의 평행 지구를 발견하게 됩니다.
각각의 지구는 조금씩 다르게 흘러가고 있으며, 그곳에서 살아가는 루크와 딸 역시 각기 다른 존재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루크가 찾아야 할 ‘딸’은 과연 누구일까요?
우리는 흔히 ‘자아’를 하나의 고정된 개념으로 이해하지만, <홀론>은 바로 이 점을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진짜 나란 누구인가?"
"내가 찾는 딸은 오직 한 명뿐인가?"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넘다"
2권에서는 본격적으로 루크가 평행 지구를 넘나들며 딸을 찾아가는 과정이 펼쳐집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그는 더 깊은 차원의 문제와 마주합니다.
바로,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입니다.
<홀론>이 특별한 이유는 우주적 스케일뿐만 아니라,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탐구한다는 점입니다.
루크는 탐사를 이어가며 점점 더 이상한 현상을 경험합니다.
어떤 세계에서는 꿈과 현실이 뒤섞이고,
어떤 세계에서는 자신이 존재했던 기억이 사라집니다.
심지어 그는 다른 루크들의 기억을 공유하기 시작합니다.
이 부분이 <홀론>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우리는 흔히 "나는 하나의 개별적인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만약 평행 우주가 존재하고 그곳의 ‘나’와 연결될 수 있다면?
그리고 의식과 무의식이 서로 공유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하나의 개체일까요, 아니면 거대한 네트워크 속 일부일까요?
<홀론>은 이 질문을 정면으로 던집니다.
그리고 "의식과 무의식은 결국 하나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뇌과학과 양자역학, 그리고 심리학을 결합한 독창적인 SF적 상상력에서 비롯됩니다.
<홀론>과 [인터스텔라] – "우주를 넘는 아버지의 사랑"
이쯤에서 다시 [인터스텔라]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쿠퍼는 딸 머피를 남겨두고 인류를 구하기 위한 여정에 나섭니다.
그 과정에서 블랙홀을 통과하고, 시간과 차원의 경계를 넘어서 딸과 다시 연결되죠.
그에게 있어 이 모든 여정의 목표는 결국 딸과의 재회였습니다.
<홀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주적 스케일로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서 핵심은 아버지가 딸을 향한 사랑입니다.
하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홀론>은 단순히 차원을 넘는 것이 아니라
80억 개의 평행 우주와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까지 허물며 딸을 찾으려 한다는 점입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도 우주적 상상력과 인간적인 감동을 동시에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단순한 SF 소설을 읽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사는 세계는 유일한가?"
"만약 또 다른 나가 존재한다면, 우리는 같은 사람인가?"
이런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서도, 우주를 넘어 딸을 찾으려는 아버지의 사랑에 가슴이 먹먹해질 겁니다.
책장을 덮는 순간, <홀론>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우리에게 깊은 질문을 던지는 하나의 경험이 됩니다.
우주 속 작은 점과 같은 인간의 존재, 그리고 그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사랑.
<홀론>은 단순한 SF가 아니라,
"우주와 의식이 연결된 세계 속에서, 결국 사랑이 우리를 이끌어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2권으로 분량이 많지만 몰입감이 있어서 금방 넘어가네요.
우주를 좋아하고 과학적 지식과 철학적 질문을 함께 즐기고 싶다면 추천해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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