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저는 학창 시절 국사 시간에 고종을 배우면서 솔직히 '좀 무능한 왕'이라고 받아들였습니다.
90년대 교과서가 그런 분위기였던 것 같아요.
시험 문제에도 '을사늑약 때 아무것도 못한 왕' 정도로 기억해 두면 충분했으니까요.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다시 고종을 바라보니, 이야기가 훨씬 복잡합니다.
어떤 이는 그를 우유부단하고 무력한 군주라 하고, 또 어떤 이는 격변의 시대 속에서 끝까지 개혁을 모색한 지도자라고 평가합니다.
이감비 작가의 <황제>는 후자의 시각, 즉 개혁가로서의 고종을 집중 조명합니다.
소설을 읽다 보면 “아, 이런 일도 했었구나!” 하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이 자주 있습니다.
아관파천 시기에 무지한 백성들을 계몽하기 위해 수백여 개의 학교를 세우고, 교사들을 길러내고, 국문으로 된 신문을 만들어 보급하고, 군사와 경찰권을 확립했고, 토지에 대한 양전지계 사업을 펼치며 상공업을 진흥시키고, 도시를 개조하고, 국토를 개발하는 등 개혁사업에 숨가쁜 행보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독립운동을 위해 뒤에서 지원한 모습까지... 그동안 교과서 한 줄로 퉁쳐졌던 고종의 또 다른 얼굴이 생생하게 살아납니다.
이 책에는 고종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용익, 김구, 이준, 안중근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인물들이 함께 무대에 등장합니다.
교과서 속 인물 사진으로만 보던 그들이 고종과 더불어 고민하고 분투하는 모습이 소설 속에서 살아 움직이니, 역사가 훨씬 장엄하게 다가옵니다.
특히 나라가 무너져 가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던 사람들의 목소리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묵직한 울림을 줍니다.

물론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다 보니 논란이 될 만한 부분도 있는 것 같네요.
예컨대 서울 전차 개통이 일본 도쿄보다 4년이나 빨랐다는 점은 사실이지만, 동양에서 노면전차방식의 전기철도부설이 가장 빨랐던 도시는 교토였다고 하네요.
이런 부분은 다큐멘터리 장편소설이라는 장르 특성상, 독자분들이 나름의 기준을 두고 판단하실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사실관계보다 더 중요한 건 고종의 마음가짐 아닐까요?
나라가 외세에 휘둘리고 내부는 친일파에 흔들리는 상황에서, 끝까지 버티고 개혁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던 고종의 애절한 의지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독서였습니다.
<황제>를 덮고 나니 고종에 대한 제 시각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무능한 왕이라는 낙인 하나로 그를 단순화하기에는, 그의 삶은 너무나 복잡하고 치열했습니다.
역사는 늘 한쪽 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법이니까요.
이감비 작가의 <황제>는 고종이라는 인물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몸부림쳤던 한 황제의 고독과 비애를 느끼고 싶으시다면 한 번쯤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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